인간과 기술 · 관계와 돌봄
대신 신청할 때, 안내는 누구에게 갈까요?
가족의 신청을 돕는 가상의 장면과 NHS App 사례를 통해, 참여자·작성자·안내 수신자가 함께 이용하는 흐름을 살펴봅니다.
부모님의 문화 강좌 신청을 돕던 사람이 마지막 연락처 칸에서 멈춘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화면에는 ‘내 연락처’라고 쓰여 있는데, 키보드를 누르는 사람과 강좌에 참여할 사람은 서로 다릅니다.
이 글은 실제 고객이나 프로젝트를 회고한 내용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서비스를 이용하는 흐름을 살펴보기 위해 만든 가상의 설계 예시입니다.
혼자 끝내는 사람만 떠올렸다면
이 장면에서는 연락처 하나를 입력하는 데도 대화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참여할 사람이 안내 문자를 직접 받고 싶은지, 작성하는 가족이 일정 변경을 함께 챙길지부터 정해야 하니까요.
입력을 빨리 마쳤다는 기록만 보면 이 과정이 잘 끝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청 화면을 닫은 뒤 실제로 안내를 받은 사람이 누구인지에 따라 경험은 달라질 것 같습니다.
화면 앞에 앉은 한 사람을 곧바로 ‘사용자’라고 부를 때, 그 뒤에서 함께 일을 이어가는 관계를 놓치는 것은 아닐까요. 도움을 받는 일은 자신의 일을 전부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일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사람을 돕는 경로를 따로 보여주는 사례
영국 NHS App의 ‘family and carer access’ 안내를 읽었습니다. 접근이 설정되면 도움을 줄 대상자의 이름을 선택해 그 사람의 프로필로 전환할 수 있고, 화면 위 배너와 홈 화면 제목에 누구를 위해 이용 중인지 표시한다고 합니다.
같은 안내는 접근 범위에 따라 예약, 반복 처방 요청, 건강 정보 확인 등이 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NHS App에서 이 기능을 쓰려면 두 사람이 같은 GP 진료소에 등록되어 있어야 하며, 접근 설정은 진료소가 담당합니다.
또 다른 NHS 안내는 신뢰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받더라도 자신의 서비스 접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고, 모든 의료 정보를 공유할 필요도 없다고 설명합니다. 진료소는 필요한 도움에 맞춰 접근 범위와 제한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영국 서비스의 공개 안내에서 확인한 사실입니다. 한국 서비스의 의료·대리 신청 규정이나 허용 범위를 설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구현에서는 해당 서비스의 정책과 개인정보·권한 요건을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제가 이 사례에서 가져오고 싶은 것은 기능 목록보다 역할을 드러내는 방식입니다. 돕는 사람이 일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면서도, 그 일이 누구의 것인지 화면에 남겨두는 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내 연락처’ 대신, 무엇을 위한 연락처인지
다시 문화 강좌 신청 예시로 돌아오면, ‘내 연락처’를 ‘강좌 안내를 받을 사람의 연락처’로 바꿔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성하는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는 정보와, 참여할 사람에게 안내를 전달하는 정보도 구분해보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확인 화면에 ‘참여자: 신청 대상자 / 작성: 가족이 도움 / 강좌 안내: 선택한 연락처로 전송 예정’처럼 실제 선택과 처리 상태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름을 더 많이 수집하자는 뜻은 아닙니다. 꼭 필요한 정보만으로도 참여자와 작성자, 안내 수신자의 역할을 구별할 수 있는지부터 검토해보면 좋겠습니다.
아래 와이어프레임은 이런 구분을 생각해보기 위해 새로 만든 예시입니다. 작성자 연락처가 선택된 모습은 하나의 상황일 뿐, 기본값이나 더 나은 대안을 제안한 것은 아닙니다. 실제 서비스의 성과나 사용자 테스트 결과도 아닙니다.
이미지: AI로 제작한 손그림·종이 와이어프레임 형식의 가상 설계 예시입니다. 실제 Hana의 작업 노트나 과거 프로젝트 산출물이 아닙니다.
연락처를 선택했다고 해서 모든 정보를 그 사람에게 보내도 된다고 볼 수는 없겠죠. 어느 안내까지 전달되는지, 선택을 바꾸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함께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문화 강좌의 일정 안내와 개인의 민감한 정보는 같은 범위로 묶을 수 없으니까요.
테스트에 관계를 한 번 넣어본다면
다음 테스트에서는 ‘혼자 신청을 마칠 수 있나요?’에 더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신청하고 이후 안내를 확인하는 상황을 넣어보고 싶습니다. 한 사람이 대신 클릭한 횟수보다 두 사람이 어디에서 서로 확인했는지, 그 대화에 화면이 필요한 정보를 제공했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만약 동행한 가족이 아무 설명 없이 모든 정보를 채웠다면, 빠르게 끝났다는 이유만으로 성공이라고 정리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참여자는 무엇이 신청됐고 누구에게 연락이 갈지 이해했는지, 도운 사람은 이후 무엇까지 챙겨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각각 물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이 서로 기대는 모습을 제품 밖의 예외로 두지 않고, 함께 이용하는 경로로 다뤄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여러분의 서비스에 도움을 주고받는 장면을 하나 넣어본다면, 가장 먼저 확인하고 싶은 역할은 무엇인가요?
출처
- NHS — Using family and carer access – NHS App help
https://www.nhs.uk/nhs-app/help/profile/family-and-carer-access/ - NHS — How to give someone you trust access to your online health services
https://www.nhs.uk/nhs-services/gps/health-services-for-someone-else-family-carer-access/give-someone-access-health-services/